1.
오늘 성적을 처리하고 전산 입력을 마친 후 심호흡 한번 크게 했습니다.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제가 성적을 공개하면 아마도 성적에 관한 문의가 폭주할 꺼라 생각이 듭니다.
한번 더 심호흡을 하고 한번 더 확인을 한 후 성적 공개했어요.
어? 그런데 조용합니다. 혹 폭풍 전 고요인가요?
아직 메일이 한통밖에 안 왔어요.
2.
저는 언제나 여러번의 퀴즈와 숙제 그리고 시험 후에는 모범 답안과 함께 학생의 성적을 공개합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각각의 점수에 대한 불만은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 학점을 받아들고는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하나는 자신이 속한 강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여서 그 학점을 받았는지를 묻는 학생들.
또 다른 하나는 학점을 가지고 저랑 협상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입니다.
정말 저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두번째 학생의 경우예요.
B학점을 사정이 있으니 A학점으로 올려 달라고 하다가
재수강을 할 수 있게 B 학점을 C학점으로 내려 달라는 학생이 상상밖으로 꽤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일이 제게 많이 일어나는 것은 제가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해서 일까요?
작년에는 이런 일로 저를 비난하는 학생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글에 연달아 글이 올라오고 DC 갤러리의 끝을 보는 것 같았고
솔까말 저도 나름 상처를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학점에 예민해지는 건 이해가 갑니다.
학점에 의문이 생기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하는 게 맞구요.
하지만 학점을 가지고 저랑 협상을 하려고 마음 먹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3.
학생들의 구구절절한 사정은 대체로 장학금 문제입니다.
학점이 얼마 이상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면 장학금 못 받아 학교 다니기 힘들다.... 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죠. 에휴....
요즘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 알기 때문에...
저 또한 매 학기 등록금 때문에 가슴 졸이며 한번도 편하게 다년 본 적이 없기에..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매번 마음이 약해집니다.
하지만 공정하게 학점을 매겨야 한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만 해요. 얍...
4.
학점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예요.
수업 안 듣고 딴 짓 한 학생에게 좋은 학점을 주는 것보다
수업을 열심히 들은 학생에게 좋은 학점을 줄 때 정말 저도 기쁩니다.
열심히 한 학기 내내 잘 한 학생이 시험을 망쳐서 학점이 잘 안 나오면 물론 더 가슴이 아프구요.
그냥 무 자르듯이 점수 잘라서 학점 드리는 게 아니거든요.
3.
참... 논문 하나가 개재 승인 받았어요.
짧은 논문이었고, 심각한 내용도 아니지만 보낸지 3주만에 게재 승인 받았어요.
저에게도 이런 경우가 생기는 군요.
3년이 아니라 석달도 아니구 3주라니... 하하하....
4.
이번 학기 강의 중 하나 마지막 수업을 학생들의 조별 발표 수업으로 마무리 했는데 나름 반응이 괜찮았어요.
미분방정식의 전염병 모형 모델링에 관한 단원이었는데 시험 기간 중이었음에도 학생들이 준비가 훌륭했거든요.
화려한 PT가 좋은 것 만은 아니지만 무려 동영상 PT로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학생도 있었구요.
자신들의 전공(생명과학)을 살린 예로 다른 학생들을 매료시킨 학생들도 있어구요.
하지만 다들 시간 안에 발표 준비해 오는 건 실패하더군요. 사실 이게 제일 어렵죠. ^^
수업 후 피자 파티도 좋았네요.
학생들이 많은 대형 강의에선 눈 마주치기도 힘든데, 20명 정원이었던 덕분에 이런 수업이 가능했어요.
행복했던 강의였습니다. 학생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5.
그렇게 종강도 해서 이렇게 글을 쓸 짬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엔 유난히 힘도 많이 들었지만 학생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학생들이 열정적이기도 했구요,
덕분에 수업 전, 후는 물론 중간에 질문이 많아서 진도 맞추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학생들 이름도 많이 외웠으니까요.
학교에서 하는 강의 평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강의 평가도 했습니다.
학생들 아부도 많이 했지만 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 주는 학생들도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될 듯 합니다.
물론 진짜 심한 강의 평가는 학생들 자체적으로 하는 강의 평가이지만요.
저도 그 강의 평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알까요?
6.
학교가 법인화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만 그 색깔은 시퍼렇지 않고 예쁜 하늘빛에 가까워요.
요즘 학생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알까요?
대신 요즘 학생들은 대신 이런 노래를 YouTube에 올리고 부르더군요.
유키 구라모토 & 이루마 콘서드 다녀왔습니다.
언제: 2011. 06. 09 (목) 8:00 pm
어디서: 올림픽 체조 경기장
공연 브로셔와 티켓
아침에 갑자기 남는 티켓이 있다며 같이 가겠냐는 동생의 카톡 문자를 받고는....
제가 누굽니까? 튕김질...그런 거 모릅니다. 당연히 간다고 따라 나선다고 답문자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무슨 공연이냐고 물으니 무려 "유키 구라모토 & 이루마 콘서트" 랍니다. 심.봤.다. !!!!
제 문화 생활의 파트너이자 티켓 제공자 막둥이에게 무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공연장 입구
이루마의 올망졸망한 서정성과 이에 반해 공간을 활용하는 울림을 주는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흔하지 않은 귀호강이이었습니다. 대형 장소에서 하는 콘서트라 이 둘의 연주를 듣기 위해 자리 정돈용으로 들어야 했던 음악들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무려 오프닝을 바리톤 김동규씨가 하고 뮤지컬 배우 손준호, 쏘냐의 공연이었거든요.
공연 중 공연장 내부
이루마는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kiss the rain / loanna, 피아노 솔로로 river flows in you / may be, fotografia,
유키 구라모토는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virgin road for celebration / ondine / when you wish upon a star / romance / lake louise, paris winter
이루마 & 유키 구라모토 연탄곡으로 beauty and the beast
대중적이고 드라마 OST에도 실린 음악이라 더 친근하게 속으로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공연장
오랜만에 동생이라 데이트도 하고... 좋았네요.
제 동생도 빨리 자라서 저런 멋진 공연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 다 자랐다구? 으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