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뭐라고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게 제 후배의 소식이 전해진 그 순간처럼 지금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 후배가 자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후배도 아니고 같은 지도 교수님께 사사를 받은 사매입니다.

몸이 많이 아팠던 후배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지 한강에 투신을 했다는 군요.
얼마나 아팠으면 사는게 더 힘들 수 있을까요?

감정적인 행동 이외엔 이성적인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멍하다가도 화가 나기도 하고 합니다.
어제 조문을 가서 영정을 보니 더 믿어지지 않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 점점 많이 제 곁을 떠나갑니다.
유학간 후배는 갑자기 혼자 심장마비로 쓸쓸이 그렇게 가버렸고
어느 선배는 어느날 갑자기 간암으로 그렇게 갔습니다.
잘 모르는 어느 학부생 후배도 급성 무엇으로 황망하게 가버린게 엊그제 같고
어느 아는 교수님도 올해 초 미국에서 심장마비로 그렇게 가버리셨습니다.
그래도 이제까지는 다들 어쩔 수 없이 가버렸다해고 이번엔 자살입니다. 

살다보면 죽을 결심을 하게 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죽을 마음으로 살다보면 살아지는게 인생인데 제 후배는 죽을 마음으로 정말 죽어버렸습니다.
제가 죽을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그래도 제 곁에 누가 있었지만 후배는 정말 혼자였던 것 같습니다. 
한번쯤 생각이 나도 잘 살고 있겠거니 하며 그냥 지나쳐 버린 제가 후회됩니다. 

후배의 명복을 빕니다. 
기도밖엔 제가 할 것이 없습니다. 

p.s. 어제 후배 조문한 곳이 순천향병원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우리가 또 잊어버리고 있었던 많은 영혼들이 있더군요.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로 그렇게 가버리신 분들과 그 분들이 있다는 것을 몸도 알려주던 전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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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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