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Thanggle's Diary 2007. 8. 27. 01:45

어제밤에 안경을 벗어서 높은 곳에 두어야 하는데 약간의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머리맡에 두고 잤더니 오늘 아침 잠에 취해 일어나다 그만 안경을 밟고 말았다. 순간의 귀찮음으로 한동안 별탈 없이 쓰던 안경을 부숴 버린것. 다행이 안경테는 부러지지 않고 안경 렌즈만 부숴졌다. 정말 다행인 것은 렌즈가 플라스틱이라 ( 무테 안경인지라 ) 랜즈를 부쉈어도 내 발은 멀쩡했다는 거..ㅋㅋㅋ

어쨌든 옛날 안경에 잠시 의탁하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 옛날 안경은 지금의 안경에 비해 탄성도 약하고 무엇보다 무겁다 ) 안경을 수리하러 갔다. 한 3년 만에 안경점에 갔더니 약간 시력도 변한고 난시도 살짝 변한지라 렌즈 도수와 뭐... 기타 등등 이유로 새로 맞췄다.

그런데 참... 사람이 그렇다.
렌즈 하나 바꿔을 뿐인데... 세상이 참 다르게 보인다.

분명 새 안경이 내 눈에는 더 잘 맞는 안경일텐데 사실 더 잘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직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이 뭔지 모를 불편함이 있다. 더 잘 보이는 것도 불편하고 사물이 더 크게 보이는 것도 불편하고 그냥 전에 쓰던 안경이 왠지 더 편하게만 느껴진다.

하긴 이런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

약간 불편해도 내게 익숙한 것들이 더 좋으니깐. 아무리 새 물건이라도 내가 익숙해 지기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거.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무언가는 얻을 수 없다는 거... 어쩜 누구나 아는 진리 아닐까?  갑자기 데미안의 한 구절이 생각나려 하는구먼..ㅋㅋ

한편...

정말 렌즈 하나 바꿨을 뿐인데 세상이 참 다르다는 것은 내 눈을 무엇이 왜곡하느냐에 따라 내가 숨쉬고 느끼는 세상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구나.

순간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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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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