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Thanggle's Diary 2007. 9. 5. 23:57

강변역 근처에 하늘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빌딩 중간 쯤에, 생각해 보면 생뚱맞은 곳에 공원이 있는 것. 이 곳에 가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제법 근사한 곳이다. 없는 생각도 왠지 만들어서 해야만 할 것 같은 ... 큰 물을 바라보다보면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다. 갑자기 바람쐬러 어제 잠시 들렀다.

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혼자 멀뚱하니 서 있는 나를 보니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내가 남 눈치를 본거지? 갑자기 이런 생각에 미치자 화가 치밀었지만 어쩌랴...

머쓱하기도 하고.... 그러다 내 손을 바라봤다. 음식하다 데인 조그마한 상처가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작은 상처인데 오랫동안 낫질 않는다. 뭐 잊고 지내자면 잊고 지낼만큼 작은 상처인데 눈에 띄이기만 하면 자꾸 신경이 거스른다. 실제보다 더 아픈 것 같고.... 긁어 더 상처를 키운 듯하기도 하고...

상처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상처의 깊이가 중요한 거다.  넓어도 얖은 상처는 금새 흉터없이 낫지만 좁아도 깊은 상처는 속으로 계속 곪아 오래가듯... 그런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 먹기인 거다. 눈 감고 잊어버리고 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의식하고 만지고 그러다 덧나 더 아프고 더 오래가고.... 다 나은 듯 보여도 흉터가 남는 거다.

제법 쌀쌀한 강바람에 실려오는 많은 것들을 다시 강바람에 실어 돌려 보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혼자 오래 있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흘렀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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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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