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있어요. 

여자 이야기: 며칠 있으면 남자 친구의 생일이라 여자는 그 남자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봅니다. 여자의 마음으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보여주다간 남자는 별로 감동 받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나름 커다란 금액을 지불하여서 시계를 골랐습니다. 그 남자 팔목에서 빛날 시계를 생각하니 흐믓하기까지 합니다. 시간을 영원히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남자 이야기: 생일이라고 여자 친구가 선물을 줬습니다. 나름 정성껏 골라 준 것 같은데... 남자 마음에는 영 들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내 마음 하나도 못 읽는지 원망이 듭니다. 영원히 시간을 같이 하자는 이런 추상적인 의미보다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면 얼마나 좋아? 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이 남자는 요즈음 유행하는 화려한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좋은 컴퓨터가 지금 너무 가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갈등합니다. 여자 친구가 준 시계를 팔아서 내가 더 가지고 싶어하는 컴퓨터를 살것인지 말 것인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하는 저울질 끝에 진짜로 시계를 팔아 컴퓨터를 사버렸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서운하고 남자는 미안합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 남자 정말 못나고 못되었다고 할 것 입니다. 여자는 그 남자가 전처럼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테죠.

남자와 여자 이야기를 하느님과 저의 이야기로 바꿔 보려구요.

하느님께사 고심해서 제게 필요한 것을 주시지만 저는 당장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제게 주시지 않는다고 매일 투정합니다. 왜 매일 기도하는데, 이렇게 간구하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주시지 않으십니까 하면서 원망도 합니다. 심지어는 하느님이 주신 무엇가를 내가 한 무엇인가와 맞바꾸어 버리기까지 하더라구요. 하느님이 주신 이만큼에 내가 이만큼 희생한 것이면 충분할 것이라 저의 잣대로 거래를 해버립니다. 제가 이럴 때마다 하느님은 얼마나 슬프실까요? 세상의 잣대로 세상에서 필요한 것만을 하느님께 요구하고 떼쓰는 제가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못되게 보였을까요?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처럼 저는 하느님께 미안해지고 하느님은 저에게 서운할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제가 하느님께 참 못난 애인이 되어가는 것 같아 끄적여 봤습니다. 돌아오는 주일은 부활절이고 이번 주는 고난주일입니다. 때를 핑게삼아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니 이런 끄적임이 나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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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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