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

Thanggle's Diary 2009. 2. 5. 05:03
3월에 미국으로 학회 출장 갈 일이 있고, 학회 장소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남짓인 곳에 친구가 직장을 잡고 있어서 때는 이때다 하고 미국 구경을 해볼 요량이었다. 촌스럽게 미국 구경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미국에서 일년 가까이 살아본 적도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 면회가 없는 상태로 미국에서 면허를 따고, 그러니 차가 있을리 만무했고, 차가 없었던 나로서는 여행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는 하기 힘든 것이었다. Chicago나 St. Louis 정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동네 구경 수준의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지평선을 구경할 수 있었던 동네 구경도 나에겐 좋은 구경꺼리였지만. 하여간 이번에 큰맘먹고 친구 집을 거점으로 친구를 현지인 삼아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꽝났다. 

학회에 못가는 건 아니고, 미국 구경이 꽝났디. 친구 녀석이 결혼 준비로 분주하더니 내가 가는 날짜가 결혼식 며칠 전이라는 것을 깜빡했었나보다. 나도 혹시나 혹시나 했는데, 친구가 괜찮다고 하길래 추진했는데... 친구에겐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좀 아쉬운 건 사실. 이번에도 공항만 찍고 오게 생겼다. 

결혼 준비라는 것이 사람 혼을 이렇게 뺴나 보다. 아니면 좀 심술나는 생각이긴 하지만 친구의 미국 구경보다는 평생 짝지랑 사는 준비가 더 신나는 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 다들 그랬었으니까. 이해가 되고 내가 친구의 입장이라면 뭐 달리 행동했을 거 같지도 않고. 그 결혼식 준비로 분주할 그 친구에게 신세질 생각을 했던 내 불찰이 크다. 

그냥 학회에 가서 바람 빼고 군기 잡혀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인가 보다.
내 주제에 무슨 여행. 

친구 결혼식은 꼭 참석하고 싶어졌다. 가서 축복해 줘야지.
친구 결혼식 가서는 축복과 함께 축복하는 만큼 신랑을 괴롭힐테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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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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