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에 방문하고 계신 H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학문적으로야 이분이 연구하는 분야와 제가 공부하는 분야가 워낙에 달라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학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며, 수학하는 자세며, 등등등.... 흐르는 물처럼 듣는 이야기를 흘러가지 못하게 꽉 잡아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분과 이야기 하다보면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힘들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새삼 느낌니다. 모든 면에서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시는데 듣기 안 좋은 이야기도 정직함 그 자체로 이해하니 너무나 고마운 이야기가 됩니다. 

며칠 전 논문 출판 과정에서 생긴 이야기를 말씀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흘려 들으실 줄 알았더니 조언을 하시겠다면서 제 논문과 에디터에게 받은 메일을 얻을 수 있냐고 하셔서 드렸더랍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바쁘신 와중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셔서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셨어요. 제게 왜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지,  제 논문에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히게 되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논문 방향을 잡으면 좋겠다는 정말 물 흘러가듯이 이야기 하시면서 중요한 것은 꼼꼼하게 메모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말씀들이었어요. 이런 분이 제 곁에서 도와주신다는 것이, 더군다나 저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심에도 단지 같은 연구소에 잠시 같이 머무른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것을 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생님과 나눈 오전의 대화 덕분에 오늘 날림으로 준비하던 강연도 제법 정리가 잘 된 상태에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공개할 수 없지만... (저도 사생활이 있답니다.) 그 중 주옥같은 말씀 한 편을 전해드리죠.

"Trivializing is non-trivial, Complicating is triv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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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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