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회에 참가하느라, 또 약간의 골치 아픈 일을 고민하느라, 그동안 연구실이 아닌 곳을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연구실에 진득하게 앉아 있다보니 참 편안하다.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내 작은 책상과 쌓여있는 책과 논문들이 주는 적당한 압박이 정말 편안하다. 내 생활 반경에서 조금만 벗어난 생각과 생활은 참 불편하다. 자꾸만 반복적인 어쩌면 따분한 이런 일상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편안하다.

2. 골치 아팠던 일이 어쩌면 너무 어이없이 끝나 버릴 지도 모르겠다. 법을 모르니 더 겁을 먹었던 것 같고, 괜한 노파심에 더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어찌어찌 끝이 보인다. 또 다른 골치 아픈 일... 이건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묻어놓고 모르쇄로...

3.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전화벨 비슷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할 즈음 문자가 도착한 진동이 느껴지면 가차없이 버스를 포기하고 문자를 본다. -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광고문이다. 물론 애인의 전화.... 이 딴 것 아니다. 애인의 전화라면 버스를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이래서 애인이 없나보다. 모르지... 애인이 생기면 내가 어찌 변할지.

4. 내가 한 말을 곱씹다가 깜짝 놀랬다. 의외로 내가 요즘 애들을... 쯧.... 하는 말을 자주 하더라. 30대 미혼 여성의 입에서 세상을 한참 살아 달관한 어른들의 말이 너무 쉽게 나왔던 것. 나에게 놀랐다. 다른 사람이 날 두고 요즘 애들이라는 범주 안에 넣어 줄까? 나도 어느새 그냥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일까? 요즘 애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5.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에선 서른 한살의 여주인공을 노처녀라고 꺼리낌없이 표현했다. 30대 서울에 거주하는 일하는 미혼 여성으로서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말이다. 나도 30대 서울에 거주하는 일하는 미혼 여성인데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쌉싸름한 경험을 달콤하게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인생의 고단함을 읖조리기나 한다. 하긴... 이런 고단함이 편안하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이거 원...

6. 다음 학기, 밥 벌어 먹을 수 있는 비빌 언덕이 생길 것 같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확정되면 나를 포함한 모두들 알게 되겠지.

7. 뭔가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공부하면서 논문을 썼던 주제들도 좋지만 이젠 눈을 조금을 넓히고 연구의 깊이를 주기 위해서는 안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당연한 말씀이라고? 당연한데... 이게 요즈음 뼈저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 이러다간 밥 굶기 딱인데... - 주제 하나를 잡아서 공부하려 한다. 대강 뭘 할지 고민중이다.

8. 경주 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하면서 몇 가지 든 생각... 따로 정리해야 겠다. 거기서 누구랑 맞딱드렸을 때 황당한 상황.... 도 좀 정리해야 겠다.

9. 마산 학회는 아마도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슬쩍 모르척 하고 안 가려 맘을 굳히고 있는데 지도 교수님께서 참여 독려 메일을 보내셨고 난 그 메일을 열고 말았다. 나의 편안함은 딱 열흘 정도 남았다. 바싹 해야지.

0. 새로운 기분을 주기 위해 블로그 스킨을 살짝 바꿔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는 것 같다. 음헤헤... 하긴 유명한 블로거도 아니고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한 블로그에 가까우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살짝 서운? 이게 늙으면 노여워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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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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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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