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3. 13. 출발

백팩엔 달랑 laptop과 약간의 연습장과 간단한 읽을거리만 챙겼다. 그리고 학회 초청장도 인쇄해뒀다. 경험상 나같은 싱글에 고학력(?) 나이 많은(?) 동양인 여자는 거의 100%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미국을 거쳐가는 것이 이번이 4번째인데 한번도 수월한 적이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신경이 쓰인다. 다행이 비행기는 많이 갈아 타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너무 좋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안 좌석 위치는 좋지만 이웃운은 안 좋았다. 옆좌석은 뱃살을 접어야 자리에 않을 수 있는 분이 앉아서 바뿐 숨을 몰아쉬고 통로 옆 이웃 꼬마들은 10시간 내내 쉼없이 웃고 떠들고 싸우고 뛰어다닌다. 그 옆 부모는 계속 나몰라라... 오, 주여. 잠도 공부도 포기해야만 했다. 

2009. 03. 13 14:05 - 2009. 03. 13 08:19  From ICN  to SFO 10시간 14분
2009. 03. 13 10:41 - 2009. 03. 13 12:11  From SFO to LAX 01시간 30분
2009. 03. 13 13:30 - 2009. 03 .13 14:56  From LAX to TUS 01시간 26분

2009. 03. 13 도착
 
LA에서 C 박사를 만나 투산까지 같은 비행기를 탔다. 투산에서 같은 숙소에 묵는 것을 알았으므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택시비를 나눠내는 행운을 누렸다. 시간으로는 20분 남짓인데 택시비는 30불. 환율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후덜덜한 택시비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려니 내 룸메이트가 남자란다. 이런 경험은 벌써 두번째다. 포항학회에서도 C모 교수님께서 내 룸메이트를 남학생으로 만들어 주셨던 적이 있었는데... 휴... 이렇게라도 보내시려하는지... 하여간 약간의 조정을 거쳐서 여자 룸메이트와 지내는 것으로 결정. 어찌나 땀나던지. 룸메이트와 통성명을 하고보니 이 친구 참 맘에 든다. 간단히 짐을 풀고 호텔앞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 " Miss sigon" 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가격대비 그냥 그랬는데 아마도 깔깔한 내 입맛 탓이겠지. 나중에 들으니 꾀 유명한 음식점이더라. 

밤에 호텔에서 학회 등록을 하길래 100불을 내고 등록했다. 수업료치고는 좀 비싸다는 생각이 스쳤다. 주최측에서 등록 장소 옆에서 약간의 다과와 함께 학회 참석자들이 얼굴을 익힐 수 있게 약간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주최측의 성의가 무색하게 같은 학교 출신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신나게 떠들더라. 괜히 머슥머슥, 데면데면.학회 기간 내내 이럴것 같은 불길함. 나만 이러고 있는데 그러다 서울에서 약간 안면이 있던 P 박사후보를 봤다. 다과로 나온 다양한 치즈가 너무 매력적이다. P에겐 미안하지만 이 때는 치즈가 더 반가웠다. 

2009. 03. 14 학회 첫날, Saguaro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게 학회장으로 걸어갔다. 매일 아침 커피와 간단한 요기 거리가 나올 모양이다. 야호... 아침값 벌었다. 그놈의 미친 환율 덕분에 좀생이가 다 되었다. 아침을 우적우적 먹고 있는데 Elkies가 다가왔다. Elkies를 만나면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니 맘의 준비가 안 되었다. 음... 하여간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Elkies 덕분에 나도 먼산... 

그리고 수업을 들었다. 아무래도 대학원생 대상 렉쳐가 기본이다보니 첫날의 수업은 새로운 것보다는 요점정리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날 Hanke의 수업은 O'meara 책 거의 모든 부분을 훝었다고 할 수 있었다. 쉽고 명확하게.... 전공자인 내가 듣기엔 요점 정리이지만 아닌 사람에게는 어쩌면 감을 잡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Bhargava는 아직 플로리다에서 못 왔는지 하루종일 못 봤고, Conway는 수업 준비를 살짝 소홀히 하신게 아닌가 싶었다. 하고 싶은신 말에 노파심에서 나오는 말에 많은 생각이 더해져 약간 산으로 가는 느낌... 나같은 하수가 감히 이런 말을 할 엄두도 내면 안 되는데...

점심 시간 즈음에 어느 낯선 한국 분이 나를 찾았다. 서울의 S 박사님 후배님이신 K 박사님이신데 S 박사님께서 언질을 주신 모양이었다. 통성명하고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근처 유명한 멕시코 음식점으로 안내하시고 마가리타를 권하시길래 생각없이 주문했다. 완전 술.... 헤롱헤롱... 뱅글뱅글.... 하지만 음식은 정말 좋았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니 거의 기진맥진. 오랜만에 듣는 수업 + 영어 수업 + 완전 초긴장 + 마가리타의 영향이었다. 그래도 필기는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ㅋㅋㅋ 

학회장 앞에서 점심에 뵈었던 K 박사님께서 친구라면 러시아 출신 V 박사를 소개해 주었다. V가 차를 렌트했고 가까운 Saguaro로 가자고 했다. 이런 일에 내가 빠지면 내가 아니지. 같이 있던 C박사는 약간 주저하는 듯... 하지만... CK2V 이렇게 모여 결국 갔다. 오, 마이 가드.

Travel - Saguaro, Tucson, Arizona, USA

V와 K 박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C 박사가 저녁을 사기로 했다. 그런데 V 박사, 은근 까다롭다.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 헤메고 헤메어...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V의 러시아 억양이 아직은 낯설다. 힘들었는지 저녁을 거의 먹지 못했다. 본전 생각이 났지만 안 넘어가더라. 나 맞어? 

2009. 03. 15 학회 둘째날.

열심히 수업 들었다. 처음 Bhargava를 봤다. 듣던대로 아주 똑똑한 천재의 강의였다. Elkies와는 분위기가 다른 매력도 있었다. Hanke의 매력에는 점점 빠져들어 간다. 다음에 강의 할 때 Hanke의 강의를 벤치 마킹 해야 겠다는 생각 계속 들었다. 

점심은 역시 CK2V가 뭉쳤다. V의 렌트카 덕분에 제법 멀리까지 나갔다. 원래는 유명한 모 식당에 가려했으나 경기 탓으로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그 옆  일식집에 갔는데 처음으로 한국 스타일 음식 비슷한 것을 먹으니 힘이 솟았다. 갑자기 포도 생각이 난다고 했더니 역시 V가 근처 마트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약간 멀리 나온 이유로 서둘러 학회장에 복귀했다. 

또 수업을 듣는데.... 점심에 갑자기 잠이 쏟아진다. 오..... 허벅지를 꼬집으며 수업을 들었다. 옆에서 C 박사가 나보고 센척하며 돌아다니더니 안쎄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학회에 오면 잠이 최고라고....음....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잠만 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은 포기가 안 된다. 

저녁에 K 박사의 소개로 UA의 P 박사 후보를 만났다. CKP의 모임.  햄버거 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P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듣고자 했으나 사실 해 줄 이야기의 결론은 열심히 하라는 것. 

2009. 03. 16 학회 셋째날, Mt. Lemmon

아침으로 나오는 미국식 도넛이 왠지 사약같아 먹는 것을 포기, 사약같이 생긴 커피만 빈속에 들이켰다. 나름 시차 적응도 되고 미국말도 조금씩 익숙해 지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오전 수업만 있고 오후엔 주최측에서 투어를 마련해줬다. 들리는 소문엔 사막을 2시간 남짓 걷는 코스란다. 사막을 걸어? 슬슬 꾀가 났고 C 박사의 말대로 잠이 최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어제 만나 P가 놀러가잖다. C 박사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역시 잠을 선택했고, 난 역시 놀러가는 것을 선택. V는 하이킹을 갈거라 했고, 해서 PK2가 뭉쳐서 Mt. Lemmon에 갔다.

Travel - Mt. Lemmon, Tucson, Arizona, USA

저녁엔 기진한 나를 위해, 옆에서 여행을 도와주신 P와 K를 위해 한국식 식탁을 마련했다. 나중에 하이킹을 갔던 V도 함류. 민폐를 끼친 김에 K의 부엌을 도둑질 하기로 했다. 오... 급습한 K의 부엌, 예상이 빗나갈 만큼 깨끗하다. 놀라웠다. 집으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데, 오.. K 박사는 오랜 미국 생활 때문인지 생활의 지혜가 보인다. 나중에 장가가면 마나님께서 좋아하실 듯. 하여간 된장찌게용 찬거리와 와인을 사기로 했다. 까다로운 V를 위해 나름 고심해서 와인을 골랐는데, 마트 계산원이 ID 검사를 하더라. 은근 기분 좋음... 좋은 기분에 기분 더해 저녁상을 봤다. 후딱후딱 한시간 남짓 준비하니 밥, 된장찌게, 호박전, 국적불명의 야채 볶음, 계말말이, 김치가 마련되었다. V는 한국식 후딱후딱 저녁 준비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시간도 얼마 안 걸렸다고 내 남편이 좋아할 거란다. ㅋㅋㅋ  역시 집에서 먹는 집밥은 힘을 주었다. K의 신기한 컬렉션도 구경하고 V의 백과사전같은 지식에 감탄하며 K의 훌륭한 식성에 감사하며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다.  

2009. 03. 17 학회 넷째날, dinner party at Bill McCallum's home, Elkies의 매력

공식적인 수업이 있던 마지막 날이다. 정말 아침에 나온 초코 브라우닝은 쳐다 보기도 싫다. 또 빈속에 사약같은 커피를 들이킨 덕분에 머리속을 맑다. 모든 연사들이 강의를 정리해 나갔다. 나름 좋은 방향이든, 시간에 쫓기든 결론을 냈다. 처음 요점 정리같던 수업은 오늘에 와서는 제법 깊이가 생겼다. 

점심엔 서울에서 약간 안면이 있던 이들과 아프칸니스탄 식당에 갔다. 미국에 와서 생긴 먹는 노하우라면 육식을 피하면 중간은 간다는 거다. 역시 채식주의자 음식을 시켰다. 딸려나온 만두같은 음식은 제법 먹을만하다. 짠 것만 빼고는. 어제 저녁 과식했는지 역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또 본전 생각. 

여기서 연을 맺은 사람들과도 이날이 거의 마지막이었다.  내일은 수업이 아니라 수업을 들었던 대학원생들이 발표하는 날인데 다들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울컥...

오후 수업으로 정말 공식적으로는 수업이 끝났다. 다들 사진찍고 난리다. 일부는 수업이 끝나고 많이들 빠져 나갔고, 남은 사람들도 그렇게 있었다. 룸메이트도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한다며 서둘러 짐을 꾸렸고 짧은 만만에 긴 한밤 수다로 마무리 했다. 

저녁 파티에 초대받아 가기로 했다. AU의 학과장이신  Bill McCallum 선생님께서 초대해 주신 것. 호텔에 도착한 벤을 타고 파티장에 갔다. 사막 절벽위에 집에 있었다. 작지만 경치가 그만이었다. 경치에 취해 Elkies가 연주해 준 피아노 곡에 취했다. 


2009. 03. 18 학회 마지막 날

학회의 정말 마지막 날. 대학원생들의 발표는 생각보다는 좋기도 나쁘기도 했다. 어제까지의 왕대가들의 수업과는 비교가 되어서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던...

이것 저것 마무리 했다. 그러다 길도 잃었다. 학회 끝나고 약간의 시간을 헤매고 연회 장소로 이동해 줄 벤을 기다리기 위해 호텔로 컴백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헤메서 시간을 잘 못 맞췄다. 저녁 포기.... 아까운 15불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저녁도 포기 그냥 잠이 들었다.

2009. 03. 19 서울로...

새벽 바람부터 P가 공항까지 라이드를 해 준 덕분에 편안하게 무사 귀한 준비 끝. TUS에서 LAX까지 원래 비행 시간이 1시간 40분인데 1시간 안에 주파하는 과속비행기 덕분에 LAX에서는 조금 여유가 생긴 셈. 그 밖에는 별 일 없이 귀환. 하지만 프로펠러 과속 비행기는 역시나 끔찍했다.

2009. 03. 19 08:30 - 2009. 03 .19 10:10  From TUS to LAX  01시간 40분
2009. 03. 19 10:58 - 2009. 03. 19 12:30  From LAX to SFO 01시간 30분 
2009. 03. 19 13:45 - 2009. 03. 20 18:36  From SFO  to ICN 12시간 50분 

2009. 03. 20 진짜 집으로

너무 좋다. 집이다...

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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