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5일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대부분의 뉴스는 "오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 " 하고 시작한다. 10년만에 정권이 바뀌니 정치적 신념(이 있다면 말이다.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듣기 좋은 말로 신념)나 이권의 주인이 바뀌니 모든 것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갈아엎으려 하는 것 같다.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면 반대할 생각 없다. 사실은 정치에 대해 정말 관심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는 정치라면 좀 더 정확하게 내 밥그릇을 빼앗길 것 같다면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다.
하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정부 조직 개편이다. 좋다. 공부원의 일하는 모양새에 불만이 많던 나로서는 일단 반대는 안 하려했다. 뉴스를 경청해 보다보니 "뜨악" 했다. 정부 안에 이공계 연구직 인력을 3천여명 줄인다는 것이다. 다 줄이는데 이공계만 살려 달라고 말하는 이기주의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그 동안의 대우를 생각한다면, 지난날 보다는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처럼 이공계 인력의 정부 진출을 환영 안하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국가 연구기관을 통해서 이공계 연구 인력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것을 알고 있다. 민간 자본이 투자하기 힘든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이공계 인력의 직업적 안정으로 우수 인재를 이공계에 붙잡는 역할을 하여 국가 원천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최소한 나라를 팔아 먹지는 않는) 것이다. (나도 이런 재미없는 틀에 박힌 말을 하는게 닭살 돋히지만 어쨌든) 다들 이공계를 기피하여 문제라고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이공계를 기피하라고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해도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면 쉬운 공부도 아닌 이공계 공부를 누가 하려 하겠는가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곳에서 나같은 이해관계로 개편안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를 만족시키기는 힘들겠지만...
또 하나는 교육의 문제이다. 인수위에서는 교육의 문제가 영어 교육의 부실함이라는 이상한 공식을 가진 듯 하다. 영어 교육 물론 중요하다. 이것에 대해 더 말한다면 내 팔만 아픈 일이다. 기러기 아빠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니 이 논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한다. 기러기 가족을 자청한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물론 영어 공부를 위해서 그랬을 수 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나라의 교육 방식을 맘에 들어하지 않아서 떠났거나, 혹은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능력을 펼쳐 보고자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떠났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어 교육만을 위해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데 영어 교육의 양만 늘려 놓겠다니 정말 뜨악할 일이다. 게다가 교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을 영어 교사로 채용하겠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생각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좀 더 연구하고 능력이 안되면 전문가에게 자문이라도 제대로 구하고 정책을 발표했으면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의 아이는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다. 그 아이의 말이 5년 후에 고3이 되는 자기는 마루타가 될 것라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단다. 당장 외고에 가고 싶은데 외고 입시에도 수학 시험이 없어지니 수학 공부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단다. 그리고 5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지 운이 좋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단다. 이게 중학교 2학년생 아이가 할 이야기인가 말이다. 꿈도 없어 보이고 실력에 대한 믿음도 없어 보인다.
거의 매년 대학교 신입생과 수학 공부를 하는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런 것 안 배웠어요." "그거 교과 과정에서 3만년 전에 빠졌어요." "그런 건 시험에 안 나와서 공부 안 했어요." 교과 과정에 없으면, 시험에 안 나오면 공부 안 하는 아이들과 왜 공부를 해야하는 지를 설명하느라 또 싸울 것이다. 혹은 취업이 목전인 영어 공부에 올인하고 있을 고학년들을 바라보면서 또 씁쓸해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모든게 다 좋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개선 되어야지 개악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소한 위에 두가지 예로 들은 일들은 안 일어났으면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한 지인은 이런 말을 홈피에 남겼더라. 뉴스나 신문보기가 힘에 부친다. "오늘 인수위가~" 하고 그 다음은 엇일지 겁이나서 원~ 공감 일만퍼센트.... 이런 말 한다고 잡혀갈라나? MB이 무서워서 말이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