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에서 복음 뒤에 신부님께서 강론 중

"오병이어의 기적이 정말 기쁜 소식입니까?"

라고 질문하셨다. 사실 조금 난데없는 질문 같지만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 복음 6:1-15 의 말씀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에 관한 것이고 복음서 중 한 단락이니 그리 질문하신 것이다. 복음(福音)이란 그 뜻 그대로 해석하면 바로 기쁜 소식인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그 단락을 읽을 때마다 사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중 하나라고 생각만 하고 어쩌면 실제 기적보다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라고 더 많이 믿고 있었던 나였기에 말이다. 사실 강론을 들으면서 내내 난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강론의 내용보다는 강론 서두에 말씀하신 신부님의 질문 때문이었고,  난 성서의 복음을 지극히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하려고 들었지 그것이 정말 내 신앙 생활의 기쁨을 주는 소식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시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내 신앙의 기쁜 소식...그것이 복음인 것이다.
머리가 아닌 내 마음이 그런 것이다.
다시한번 묵상해 본다.




그냥 끝내기 아쉬워... 사실 오늘 강론을 너무 열심히 들어서 평소와 다르게 강론의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기에 다시 정리해 본다. 물론 내 생각이 섞어 버려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오늘 받은 감흥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고로...

신부님께서는 기적의 현장에 나오는 두 제자의 모습을 비교하시면서 강론을 이어가셨다.  예수님께서
"이 사람들을 다 먹일 만한 빵을 우리가 어디서 사올 수 있겠느냐?"

라는 말씀에 필립보는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이자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안드레아는

"여기 웬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마는…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라는 대답을 하는데 이 두 대답 모두 은연중에 안된다. 불가능하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립보 사도의 대답;
이 답변은 머리에서 시작하여 머리로 끝맺음한 인간적인 지혜에서 나온 대답으로 우리가 가진 현실적인 여건과 군중의 수를 생각해 볼 때(200데나리온이 없기에) 이들을 먹일 빵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비해 안드레아 사도의 대답;
이 대답은 이미 안드레아가 군중의 처지를 살피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 노력한 흔적이 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대답으로 즉, 생각에서 시작하여 생각으로 결론지어진 대답이 아니라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은 결과 나온 대답이라는 것, 처음부터의 포기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의 결과에서 비롯한 결과물이요, 노력 끝에 나온 마지막 순간의 허탈인 것이다.

물론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 두 가지 대답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은 보잘것 없는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라는 안드레아의 포기에 가까운 결과물을 가지고 위대한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을 이루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사실은 신앙의 요청을 단순히 인간적인 견지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더불어 보잘 것 없는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라는 노력의 결과를 하느님의 일을 위해 내어 놓을 수 있을 때 하느님은 그것으로도 위대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의 모습에서 다시 복음을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우리는 너무나 쉽게 우리가 가진 것을 셈해보고 내 것을 조금 더 쥐고자 노력하고 필립보처럼 쉽사리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안드레아 대답에 나오는 아주 순수한 아이처럼 자기가 가진 보잘 것 없어보이는 보리빵 5개 물고기 두마리를 내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과연 있는지... 우리에게 이 어린 아이같은 마음을 가지고 우리 주위를 살핀다면 조금은 더 예수님의 기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진정한 기쁜 소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 행하신 예수님의 기적의 주인공은 필립보도 안드레아도 아닌 어린 아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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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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