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Thanggle's Diary 2008. 7. 8. 21:04
내가 사는 동네는 골목길의 모양은 꼬불꼬불 휘어지고 집과 집사이가 1미터 남짓인 경우가 많다. 재개발이 된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이 뒤엉켜서 언뜻 보기에는 동네 모양새가 정리 안 된 그런 동네이다. 하지만 없는 사람들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은 주위에 집들보다는 비교적 새로 지은 집이라 눈에 잘 띤다. 그래서인지 도둑도 많이 들었고, 그런데 엊그제부터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옆집에 일이 생겼다. 집을 철거하고 새로 원룸을 지을 거란다.
내가 사는 곳에서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공사판이 벌어질 판이다.

엊그제는 사는 사람들이 이사를 나가고 철거를 위한 장막을 쳐 놨더라. 저녁에 집에 들어가는 길에 보니 공사가 잠시 중단된 그 시간에 옆집의 안마당에 아름들이 나무를 보게 되었다. 아무리 못 되어도 30년은 너끈이 되어 보이는 나무였다. 그리고 곧 허무러질 그 집도 보게 되었는데 지붕밑 처마, 퇴색된 석가래, 얼마나 많이 지나다녔는지 모를 모서리가 닳은 현관 계단 등도 보였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역사일 테고, 지금은 떠나버린 그 집 주인의 역사일텐데.... 그렇게 잠시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어제 집에 들어오면서 보니 그 집은 흔적도 없이지고 폐자재 많이 쌓여 있었다. 내가 사는 집이 안 무너지고 살아남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아... 그 오래된 나무... 그 나무도 베어지고 밑둥만 남아 있었다  왠지 그냥 서운했다. 서울 살이가 그런지라, 옆집이 건재한 동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다. 사실 무관심했었다. 그런데 왠지 쐥하다.

하여간, 당분간 집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지낸다면 한 여름에 소음도 소음이지만 더 못 참는 건 공사장 비산 먼지를 1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옆 집 사람들은 무슨 배짱으로 이 여름에 공사를 시작했을까? 우리 집주인 아주머니도 그렇게 옆 집에 피해를 주시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지었던 것일까?

오늘 집에 들어가는 길엔 또 어떻게 뚝딱 변해 있을까? 우리 집은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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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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