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내가 맡은 강좌에 시험을 봤고, 마지막으로 시험 감독을 직접했다. 다들 열심히 준비했는지 열심히 문제를 푸는 모습이 뿌듯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처음 이 강좌의 수업을 들어갔을 때는 다들 힘들다고 하는 불평만 들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호응도 높아지고 실력도 제법 늘었다는 것이 수치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퀴즈를 4번 중간기말까지 총 6번의 시험을 봤으니 매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 나오지도 않을테니 평소 공부량이 받쳐줬을 것이다.

간혹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은 개념을 슬쩍 퀴즈 문제로 낸 적이 있었다. 의도는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도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시험 문제로 낸 것인데... 이게 왠일인지... 학생들이 반 이상 도전해서 제법 많이 정답을 써내는 것 아닌가? 아... 감동이예요~~~

그런데 사건은 그 마지막 시험을 보는 와중에 벌어졌다. 난 우리 반 학생들을 믿었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사실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기에... 평소대로 그렇게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학생의 모습이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자 그 학생 곁에 다가갔다. 문제를 풀고 있어야 할 학생이 꼼짝을 안 하는 것이다. 이상하다... 혹시나 하고 문제지 밑을 들추었다. 이런... 엄청나게 많은 공식을 적은 종이를 밑에 숨겨둔 것이었다. 순간 난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어찌... 이런 일을... 부르르...떨려왔다. 일단 시험은 계속 진행하고 시험이 끝난 후에 학생을 남도록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조금전 부정행위를 하던 학생 근처가 다시 이상했다. 다시 다가가서 학생들 시험지 밑을 일일이 들춰냈다. 정말... 의심하긴 싫었지만...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서 돌아다닌 쪽지가 발견되었다.  " 나 *번*번 몰라...좀 알려줘..." 그 밑에 바로  대략의 풀이를 적어 돌린 쪽지... 이건 정말 현장범인거다. 연달아 그 뒤 학생 시험지 밑에서도...

어쨌든 3명의 부정행위 학생을 발견한 것이다. 미리 부정행위를 막지 못한 나의 불찰도 있지만 어찌 한 강의실에서 3명이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나도 대학 때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마음에 부정행위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막상 제대로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그런 마음을 먹은 날은 사실 더 시험을 못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기에 나중엔 그냥.. 내 실력껏 시험을 보는 편이 나앗으니깐. 더 나중에는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부터는...음... 하여간...

하여간 그 학생 3명과 시험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난 그 학생들 앞에서 확고하게 F가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잘 못 했다고 제발  F만 안 받게 해 달라고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욕심에 그랬다고 다시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난 완고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박**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내가 너무 가혹했는지 의견을 들을 겸... 박** 선배 말로는 당연히 F를 줘야 한다고 했고... 한동안 학생들의 열성에 감동되어 있던 나를 상기하면서 어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아해 했다. 내 말이... 으앙....

집에 돌아와서 참 생각이 많았다. 너무 고민을 많이 한 것일까? 몸살기가 돌았다. 내가 F를 날림으로써 그 학생들은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지도 모른다.  당장 학점 관리 안될테고, 부정행위를 한 학생으로 낙인도 찍힐 테고, 기록에 F가 남을테고... 두고두고 나를 원망하겠지? 하지만...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그런 나쁜 생각을 갖지 않는 정정당당한 학생들이 된다면....

그리고 한가지 더.... 절대 그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내 욕심이겠지?  실망했지만...그래도 내 학생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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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an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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